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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그라피아/지구를 찾아온 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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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삶의 어디에나 머무르고 있다 아이의 손을 가져다 코끝에 가져다대니 잔잔한 청포도 냄새가 전해져왔다
얼마 남지않은 시간들 복직을 할 날이 다가오고 있고, 아마도 2월은 온전히 준과 나의 시간이 될 것이다. 준은 나와 많은 것을 나눈다. 사랑이 듬뿍 담긴 포옹으로 아침 인사를 하고, 엄마가 힘들때 눈물도 닦아주고, 뽀뽀도 해주고, 위로의 포옹도 잊지 않는다. 아이와의 소통은 이토록 빛나는 것인데, 이제 다시 복직하게되면 시간에 쫓기어 이런 순간들을 놓치게 되는 날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내가 모를 준의 시간들이 늘어가고, 준이 모르는 나의 시간들이 늘어갈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더욱 절실해 지는 것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다. 언제 어떤 순간에 있든 내 눈앞에 아이가 있을때 만큼은 아이에게 최선의 눈빛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 그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궁금한 것이 참 많다. 쭌이는 842일째 엄마라는 단어 이외에 또렷하게 의미를 가지고 하는 말이 없다. 쭌이가 무슨말이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준은 정말 완벽히 뭔가 되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는 성향의 남자아이다. 그런데 엄마는 참 궁금한게 많다. 그래서 준이가 그 것 만이라도 좀 알려 줬으면 좋겠다. 왜 돌아가는 것들을 좋아하는지. 왜 별과 비둘기와 멍멍이는 좋아하면서, 부엉이는 싫어하는지. 믹서기와 주서기나 프라푸치노 만드는 기계들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 퍼즐 맞추기와 블록쌓기 만큼이나 좋아하는 그 무엇들이 생겼는지. 준과 대화를 하는 나를 상상해본다. 이토록 간절한 것은 어쩌면 그저 엄마 쪽이다. 준은 천천히 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준은 그만의 시계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충실히 빈틈없이 살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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