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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그라피아/지구를 찾아온 햇님

궁금한 것이 참 많다.

쭌이는 842일째 엄마라는 단어 이외에 또렷하게 의미를 가지고 하는 말이 없다.
쭌이가 무슨말이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준은 정말 완벽히 뭔가 되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는 성향의 남자아이다.
그런데 엄마는 참 궁금한게 많다. 그래서 준이가 그 것 만이라도 좀 알려 줬으면 좋겠다.
왜 돌아가는 것들을 좋아하는지.
왜 별과 비둘기와 멍멍이는 좋아하면서, 부엉이는 싫어하는지.
믹서기와 주서기나 프라푸치노 만드는 기계들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
퍼즐 맞추기와 블록쌓기 만큼이나 좋아하는 그 무엇들이 생겼는지.
준과 대화를 하는 나를 상상해본다. 이토록 간절한 것은 어쩌면 그저 엄마 쪽이다. 준은 천천히 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준은 그만의 시계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충실히 빈틈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지 못하고 이런생각 저런생각 붙이는 쪽은 역시나 엄마다. 이쁜녀석, 이쁘고 고마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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