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불안이 높은 아이들 - 어떻게 도울까요?
유독 불안이 높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불안은 심리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는데, 감각적으로 예민한 아이일수록 불안도도 높습니다. 불안이 높은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유난히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경험하고 안정적으로 지내온 익숙한 환경에서 다른 환경으로 나아가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아이들의 양육자도 처음에는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키고, 그래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게 중요하니 새로운 환경에 아이를 슬쩍 밀어 넣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계속 회피를 하게 되면 그런 시도조차 멈추고 아예 불안한 상황을 회피하려는 마음의 고속도로를 내게 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왜 불안한지 알지 못하고, 막연한 두려움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섭다고 이야기 하기 시작하면 더 큰 불안을 느낍니다. 마치 어른들도 무서운 것이 눈 앞에 있다고 생각될 때 눈을 감고 그 두려움에 집중하게 되면 더 큰 두려움이 엄습해서 눈을 차마 뜰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준비도 없이 "한 번 해봐! 너도 할 수 있어. 다른 애들도 다 하잖아."하는 말은 불안이 높은 아이에게 더 큰 불안을 주는 독이 되는 말입니다.
불안도가 높은 아이들도 예민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극에 취약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새로오는 자극을 말합니다. 아마 선사시대에는 호랑이나 곰 같은 거대한 동물이 나타나 사람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자극이 오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어서 도망가라는 신호를 빨리 주는 뇌가 사람들을 살아남게 했을 겁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는 그렇게 위험에 노출될 일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자극에 대해 과도하게 긴장하게 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존에 강점이 되었던 것이 현대 사회에서는 불편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냥 피하게만 할 수도 없고, 무턱대고 불안이 높은 상태에서 두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아이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알 수 없는 감각추구나 틱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양육자들은 아이의 스트레스 때문에 나타난 신체 반응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짐을 하나 더 떠안은 것 같은 무력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생긴 불편함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지만 작은 단계들을 밟아서 아이의 불편함을 덜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불안이 높은 아이는 아이가 두려워하는 자극에 대해 간접적이 방식으로 여러 번 노출하는 것을 통해 두려움을 낮춰 줄 수 있습니다. 학교를 들어가게 되는 아이라면 학교 가는 등굣길을 양육자가 직접 걸어가는 방식으로 촬영해 그곳에는 무엇이 있는지, 또 어떤 소리가 나는지를 미리 아이가 접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학교의 사진이나 학교에서 아이가 이용하게 될 장소를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하루에 한 번 정도씩 보여 주어 아이가 그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 가는 곳인데 마치 여러 번 가 본 적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도록 준비를 시키는 겁니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아이가 처음 하게 되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해야 다른 새로운 상황에 대해 도전할 마음이 생긴답니다.
그렇다면 매번 새로운 것을 할 때 그렇게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답답하실 수 있겠지만 새로운 상황에 그렇게 한 번, 두 번 적응하는 경험을 통해 아이는 자신이 불안을 극복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작은 목표들을 달성하면서 아이들은 다른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납니다. 도파민은 인간이 작은 목표 등을 세우고, 달성할 때 분비되며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목표를 향해 다시 도전하게 하는 힘이 있는 호르몬이랍니다. 아이의 작은 성공 경험들을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인트는 처음 도전하는 것들은 실패를 경험하지 않도록 양육자의 치밀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단, 성공의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을 아이가 끼우도록 하는 경험을 통해 목표 달성의 순간은 온전히 아이가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례로 화장실이라는 공간에 대해 불안이 높은 아이가 있다고 하면, 마찬가지로 양육자가 동영상으로 화장실의 모습을 찍고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와 화장실 물을 트는 과정들을 촬영합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정도씩 보여주면서 소개를 합니다. 단, "가볼 수 있겠어?"라는 말을 섣불리 꺼내어서는 안 되고 즐겁게 영상을 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공중 화장실에 가는 대신 익숙한 우리 집 화장실을 사용하면서도 화장실을 사용하는 건 아주 잠깐의 시간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아이가 이제 영상을 보는 것이 지겹다 할 즈음에 천천히 공중 화장실에 접근해 봅니다. 처음부터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안 되겠지요. 처음에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냥 나오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성공의 경험입니다. 충분히 격려해주시고 아이가 스스로 내가 한 번 사용해 볼게 하는 말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하고 그 일을 해냈을 때 더 큰 동기를 부여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선택하고 아이가 스스로 그 불안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는 거들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또한 시험에 대해 불안이 높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시험은 늘 새롭고 혹시나 내가 문제를 틀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에 시험지만 보면 두근거리고 극도로 불안에 시달려 시험을 무조건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시험의 일련의 과정을 차례차례 수행해 가도록 마인드 트레이닝을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의 시험은 4단계를 거쳐서 수행하게 됩니다. 반, 번호, 이름 쓰기 - 문제 풀기 - 다 풀었는지 확인하기 - 기다리기의 과정이지요. 그래서 앞글자를 따서 반문다기의 순으로 시험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을 끝내면 시험이 끝나게 된다는 것을 아이에게 미리 상기시켜 주세요. 어른들도 눈앞에 보이는 계단은 한 발자국씩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눈을 가리면 그 계단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불안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험을 푸는 것은 아는 것은 맞고, 모르는 것은 틀리는 것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알려주세요. 문제를 틀린다고 해서 부끄럽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모르는 문제는 틀리는 것이 당연하고 10문제 중에서 1문제라도 맞았다면 양육자 입장에서도 아이가 아는 것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니 괜찮다는 입장을 꾸준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아이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은 조금 내려놓으셔야겠지요. 아이는 양육자의 부단한 잔소리가 아니라 자신이 성공한 작은 경험들을 쌓아갈 때 자신 있게 앞으로 더 나아가고 더 큰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고 기다려 주세요.
불안이 높은 아이가 평생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을 양육자도 느끼시나요? 하지만 아이는 우리의 생각보다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 크나 하다가도 또 몇 개월 지나다 보면 아이는 저만의 속도로 저만의 꽃을 피운답니다.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인정이 있어야 아이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답니다. "네가 새로운 일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데, 과거에는 그게 정말 좋은 능력이었어 무서운 짐승들이 오는 걸 미리 알고 피할 수 있는 능력인 거야. 다만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는 짐승이 돌아다니지도 않고 새로운 장소에 가도 안전하고 괜찮기 때문에 네가 두려움을 좀 덜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구나." 하는 마음으로 함께해주세요. 그리고 조금의 진전이라도 놓치지 말고 꼭 인정해 주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 언제나 조금씩 천천히 아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시작하신다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장애물이라도 우리는 함께 넘을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