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처연하게 오는 날이다.
방황하는 이들에게도 사람들에게 등돌린 이들도 모두 잠깐은 멈추고
비를 생각하게 된다.
견딜 수 있는 것이라도 숨길 수 없는 것이라도
모두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 둔채 멈추고 창밖을 보게 된다.
무엇으로든 여백을 매우려는 시간은 제 마음대로 여러 기억들을 남기고
이 비가 그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생각날 지난 추억들이
이 시간 만큼은 그저 다 지난일
비릿한 비 냄새도 다 괜찮다.
비속에서 주고 받았던 그 미소로 여러 날을 앓았던
그 소녀가 여기 다시 찾아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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