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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의 취향에 대하여/책읽는소녀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와 단편집을 즐겨 읽곤 했었다.


  이상하게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나 1Q84는 소장해 두고도 잘 읽혀 지지가 않았다.

스스로 삶을 가벼이 여긴 탓인가? 그러던 와중에 무라카미 하루키 회고록이라 이름 붙여진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지의 푸른 하늘 아래 수영장의 선베드에 누워서 하루키가 달려나가는 시간들을 함께 달려보았다.

  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이 책이 얼마만큼 소용이 있을까 했었지만, 이 책은 달리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소설가로서 하루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글을 쓰는 것을 평소에 즐겨 하는 터라 읽을 수록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고, 삶에 대한 소소한 넋두리 들도 여간 마음에 드는게 아니었다. 그는 글쓰기 역시 묵묵히 해 내야 하는 일련의 작업이라고 여겼다.  반짝 재능을 가지고 폭발하듯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도 일종의 육체노동으로 체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작업이라고,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행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는 달리면서 소설 쓰는 것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워 나갔다고 했다. 

  하루키가 꼽은 소설가로서의 중요한 자질은 첫째가 재능, 둘째는 재능을 쏟아 붓는 집중력, 마지막으로 그것을 끌어나가는 지속력이다. 셋다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겠으나 하루키의 회고록을 읽으면서 지속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내 스스로 분명히 글쓰기를 즐겨하는 것은 맞지만 나의 글쓰기는 매우 폭발적이고 집약적이다. 어느 순간이든 글을 쓰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는 때가 찾아오고, 그럴 때에는 펜을 잡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끼고 있든 둘중 한가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기가 지나가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는 직업적으로 글쓰기를 하기는 힘이 든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적어도 생에 한 순간에서 책을 쓰는 일에 도전하려고 한다면 지속력을 가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라톤은 분명 쉬운 운동이 아니다. 무조건 달린다고 해서 능사도 아니다. 42.195 km는 그냥 버틴다고 해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하루키가 도전하는 마라톤, 울트라 마라톤, 트라이애슬론 모두 준비가 필요하고, 계획이 필요하다. 무엇인가를 꾸준히 계획해서 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내가 그 동안 그에 대해 얼마나 많이 오해하고 있었는가 깨닫는다. 그는 다작을 하는 소설가다. 또한 자유롭게 사는 곳을 옮겨다니며 글을 쓴다. 그런 점 때문에 그의 자유로움이 부럽다고 선망하고만 있었다. 한데, 그는 그 나름대로 '할 이유가 적은 것' 소설쓰기도 마라톤도 강요를 받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유지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살면서 나에게 나에게 중요한 것이 때때로 할 이유가 적은 것일 때가 있다. 아니 할 이유가 많을 때 보다는 적을 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에게 꿈이라고 불리워 지는 것들은 대부분 생계와는 동떨어진 그 무엇으로 남아 있을 때가 있다. 때문에 꿈을 이룬다는 것은 한 발자국만 나아가면 되는 그런 쉬운 일이 아니다. 늘 생에는 그 꿈을 후순위로 보낼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자리잡고 있기 마련이다. 또한 생에 이 순간에 해야만 하는 아니면 꼭 해두는 것이 좋은 그런 일들도 수업이 많이 존재한다. 하루키는 그가 원하는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 그만의 방법으로 부단히 노력해서 그런 삶을 쟁취한 것이다.

  아직도 나에게는 하루키가 어렵다. 그의 소설을 쉬이 읽어 나가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 한구석으로 체한 떡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의 획고록 만큼은 내가 어떠한 강요도 하지 않은채 '할 이유가 적은 일'에 대해 조용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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